
조선 시대 국왕은 즉위했다고 곧바로 왕이 된 것이 아닙니다. 대보라는 상징을 받는 순간에야 비로소 왕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의미를 살펴봅니다.
1. 대보란 무엇인가?
‘대보(大寶)’는 조선 국왕의 권위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국새(國璽) 또는 어보(御寶)를 상징적으로 이르는 표현입니다. 실제 인장 그 자체보다는, 왕권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절차와 상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위식에서 새로운 국왕은 ‘대보’를 받는 의식을 치르게 되며, 이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대보를 받는 순간, 새 국왕은 비로소 ‘진짜 왕’이 되는 것입니다.
2. 실록이 보여주는 ‘대보’의 상징성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의 표현을 보면, 이 ‘대보’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예를 들어 연산군의 실록을 보면, 그가 대보를 받기 전까지는 계속 ‘왕세자’로 호칭되지만, 대보를 받은 이후부터는 본문에 명확하게 ‘왕’으로 호칭이 바뀝니다.
『연산군일기』 연산군 1년 12월 29일자 실록을 보면, 대보를 받기 전까지는 ‘왕세자’로 표기되어 있지만, 받은 직후부터는 ‘왕’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보 수여가 단지 절차적인 순서가 아니라, 왕권이 공적으로 시작되는 핵심 시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기록적 증거입니다.
3. 왜 ‘도장 하나’가 그렇게 중요한가?
현대의 시각에서 보면 인장은 단지 행정 수단이지만, 조선 사회에서는 도장 = 권위 그 자체였습니다.
대보는 국왕 개인의 인장이 아니라, 나라와 하늘로부터 위임된 통치 권한의 증표였기 때문에, 그 상징성과 무게는 상상 이상으로 컸습니다.
4. 왕의 즉위는 두 번 이뤄진다?
조선에서는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고 나서도, 대보를 받기 전까지는 ‘준왕(準王)’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위식과 대보 수여식은 별개의 단계이며, 진정한 국왕으로 공인되는 순간은 바로 ‘대보 수여식’이었던 것입니다.
‘대보’는 단지 인장의 이름이 아니라, 조선의 정치와 권위, 정통성을 연결하는 중요한 열쇠였습니다.
왕이 왕이 되는 순간, 그 상징적 절정에 항상 대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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