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54년 단종 2년, 조선 조정은 한 왕족의 사망 소식에 조회를 멈추고 시장 문을 닫았습니다.
그 주인공은 왕도, 대신도 아닌 '달천정(達川正) 이유(李踰)'.
이 글에서는 실록 속 기록을 따라, 그가 누구였으며 왜 이토록 큰 예우를 받았는지 살펴봅니다.
1. 오늘의 실록 한 줄
“달천정 이유가 졸(卒)하였다. 조회와 저자를 하루 동안 정지하고, 부의로 쌀과 콩 20석, 종이 70권, 관곽을 하사하였다.”
-《단종실록》11권, 단종 2년 5월 16일 (양력 1454년 6월 20일)
2. 실록 해석 및 요약
1454년 5월 16일, 조선 조정은 한 인물의 죽음을 기려 공식 조회를 중지하고, 시장의 문도 하루 동안 닫았습니다.
왕실은 그의 장례를 위해 쌀과 콩 20석, 종이 70권, 관곽까지 하사하였습니다.
이 인물은 바로 달천정(達川正) 이유(李踰)로, 태조의 손자이자 세종과는 사촌 형제 관계에 해당하는 왕족입니다.
직접적인 정치 활동을 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조선 왕실 내에서 중요한 혈통을 지닌 종친으로서 그 위상이 무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3. 용어 설명
- 달천정(達川正) :
조선에서 종친에게 부여된 정5품 명예 관직입니다.
‘달천’은 지명을 딴 작호이며, 실제 근무지와는 관계없는 상징적 관직명입니다. - 졸(卒) :
사망을 뜻하는 고어로, 주로 신분 높은 인물의 죽음을 기록할 때 사용됩니다. - 조회 정지, 저자 정지 :
조회는 관료들이 아침에 왕을 알현하는 의식, 저자는 시장을 뜻합니다.
조회와 시장이 모두 중단됐다는 것은, 이 인물의 사망이 국가적 애도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부의(賻儀) :
죽은 이의 가족에게 나라에서 내려준 조의의 물자입니다.
쌀과 콩, 종이, 관곽 등 장례를 위한 물품이 지급되었습니다.
4. 실록 한 줄의 의미
이유는 왜 특별한 예우를 받았을까요?
달천정 이유(李踰)는 조선 왕실의 핵심 혈통에서 태어난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아버지 근녕군 이농은 태조의 아들이었고, 이유(李踰) 본인은 태조의 손자, 세종의 사촌, 단종에게는 5촌 당숙에 해당합니다.
비록 정치적으로 드러난 업적은 없었지만, 왕실 내부의 위계질서와 혈통 중심의 종친 제도 속에서는 그만한 예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이유의 죽음에 조정이 조회를 멈추고, 도성의 시장마저 문을 닫았다는 사실은, 조선이 얼마나 혈통과 예(禮)를 중시하는 나라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조선왕조의 종친제도와 관련된 내용은 [사관의 메모 - 조선시대 '대군'과 '군'은 호칭이 아니라 관직이었다(예정)]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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